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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올림픽은 저희 집에서 꽤 먼 종합운동장에서 합니다. 그 근처는 학교다닐때 롯데월드간다고 잠실에 딱 두번밖에 가지 않았던데다가 저 동네는 너무나도 먼 동네 라는 인식이 잡혀있었기때문에 작년에도 가지 않았었어요. 그런데, 올해는 시간도 좀 있는데다가 나이도 한 살 더먹었으니 좀 돌아다녀야 되겠다 싶었죠.

가서 반드시 볼 것 딱 두개를 정했는데, 하나는 세계건축디자인 초정전이었구요. 다른 하나는 우리 학교 졸업전시였어요. 학교에서 두개과가 디자인올림픽에서 졸업전시를 하더라구요. 가구과랑 공간과였는데, 아무튼 그렇게 정하고 고질병인 게으름병을 이겨내지 못한채 4시나 되서 집에서 출발했습니다.

도착하니 5시 무렵이었고, 그리 멀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왜냐면 잠실근처에 간지도 언 3년이 넘도록 지났고 저는 그 3년간 1시간 30분이나 걸리는 학교에 다니고 있었던 거였죠. -_-



도착하니 벌써 어둑어둑, 월요일이라서 그런지 관람하는 사람이 별로없어서 커다란 주경기장이 휑하게 느껴지더군요. 역시 이런 큰 곳에는 사람이 많아야 흥이나는데 말이죠. 남은 관람시간이 2시간밖에 안남은지라 저는 얼른 건축디자인초청전을 보러 가야겠다 싶어서 배치도를 집어들고 위치를 찾아봤지만, 지도 난독증이라는 또 다른 불치병 때문에 어디인지 헤매다가 잘 모르겠어서 그냥 다른 곳에 들어갔습니다. 문제는 벌레모양의 전시관중 한곳에 들어갔는데 , 출구로 들어가서 역감상을 해야했다는거 ... ;;;



그리고 관람을 하고 나와서 마음을 가다듬고 찬찬히 배치도를 보고 위치를 찾아본결과 남자화장실로 향하는 한번의 실수를 한 후에 겨우 찾아서 건축디자인전을 볼 수 있었습니다. 솔직히 전시물 중 반도 이해를 못한 것 같은데요. 보면서 느낀건 역시 건축은 어렵다는거였어요. 거대한 조형물같은 걸 보면서도 이것저것 많이 떠올랐는데요. 여기다가 구구절절 적기는 그렇고 , 졸업설계 떨어진 이 시점에서 만감이 교차하더라구요. 졸업설계를 떨어졌다는건 한마디로 저한테 재능이 없다는 의미같잖아요. 너무 교수한테만 의존해서 하려고했던 제 자신을 돌아보면 더 그랬던거 같구요.

이렇게 초청까지 되서 큰 전시에 전시하는 사람들도 저같은 실패가 있었을까요? 토요일날 포트폴리오 수업하는데 교수님에게 저 떨어졌다고 말했더니 완전 본인 머리를 쥐어짜면서 더 괴로워 하시던데...;; 저한테 동정하는 건 아니지만 자기도 실패 많이했고 성공도 했다고 그러니까 기회로 삼아서 내년에 1학기에 심사를 보고 남는 한학기 기간동안 영어나 자격증같은거 준비하면 된다고 너무 기죽지 말라고 하셨죠.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라는 말 어렸을때 정말 귀 따갑도록 들었지만 한번도 가슴으로 느껴본적이 없거든요. 재수를 하긴 했지만 그때 보다 이번 실패가 더 견디기 힘들고 어려운 것 같아요. 그만큼 저 말이 너무나도 간절해지네요.


우리학교 졸업전시까지 보니까 7시가 거의다 돼서 사람들도 다 정리하고 있더라구요. 한군데 더 들어가볼까하다가, 마무리하는 분위기에 들어가봤자 별로 집중도 안되고할 것 같아서. 그냥, 한번 더 와야겠다. 라고 마음을 먹고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밖은 벌써 어두컴컴하죠.


건축디자인 전시 보면서 챙겨온 팜플렛들입니다. 원래 팜플렛 좋아해서 어디 행사같은데 가면 다 챙겨오긴하지만 요새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있다보니 이런 것도 많이 참고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곳에 가는 이유는 단순히 구경과 휴식같은 이유도 있겠지만, 일단 다녀오면 굉장히 보람찬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이 정성이 들어간 작품들을 보면서 시야도 넓어지고 잘 모르는 말들만 가득해도 어깨넘어 공부한다고 나중에 도움이 될 지도 모르고 말이죠.

저도 아직 확신이 없어요. 제가 졸업하고 건축을 하게될지, 내가 이걸 정말 하고 싶은지 좋아하는지도 아리송하구요. 이렇게 돌아다니면서 구경하고 책읽고 하는건 좋지만 그것만으로 안되는거니까요.

규모가 엄청난거에 비해서 아직은 작은 행사지만 내년 내후년에도 계속 되서 디자인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또는 디자인에 관심많고 행사에도 관심많은 시민들에게 커다란 '배움의 장'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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