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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들의 20대

 

 나는 지금 졸업반이다. 대학에 들어와 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이 3년이 가는 동안 나는 건축과에 들어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건축공부를 하기에 3년이라는 기간은 길지 않다. 4년도 짧아서 5년을 배우는데 3년은 정말로 터무니 없이 적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인지 건축과에 들어오자마자 꽤 바빴었다. 수업과 과제를 소화하기 위해서 일주일의 하루 이상은 날을 새야 했다. 대학에 들어오기 전까지 무엇을 하면서 밤을 새워본 적은 없었다. 건축가가 되고 싶다고 마음먹고 자연스럽게 건축과에 들어와서 뭔지 모를 과제를 해가며 밤을 지새웠던 것은 나의 첫 열정이었다.

 

 3년간 정말 심경의 우여곡절이 많았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이 정말 즐거운 건지 아니면 그저 점수를 얻기 위해서 하고 있는 건지에 대한 고민들이 내 심경과 의지를 오락가락 정신 없게 만들었다. 그리고 과제 하나 하나를 외줄 타기 하듯이 아슬아슬하게 넘기고 지금에 이르렀다. 아직도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하는 중차대한 과제가 남아있긴 하지만 3년간의 결실들을 되돌아보면서 왠지 모를 쓸쓸한 감정이 솟구쳤다.

 

 졸업반이라고는 하지만 난 아직 시작하는 20대이다. 학교를 졸업하고 또 다른 시작을 하게 될 텐데, 그 동안 책 속에서 숱하게 만나본 유명한 건축가들은 그들의 학생 시절을 어떻게 보냈을까. 그들도 나처럼 숱한 망설임과 고민들이 있었을까?

 

 책은 도쿄대학에서 건축가들을 초청해 학생들에게 그들이 어떻게 건축가가 되었는지 이야기해주는 강연의 내용을 담았다. 초청된 건축가들은 렌조 피아노, 장 누벨, 리카르도 레고레타, 프랭크 게리, 이오밍 페이, 도미니크 페로 이렇게 총 6명이다. 그리고 도쿄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안도 다다오도 참가했다. 누가 나왔고, 얼마나 유명한 인물인지는 중요한 것 같지않다고 느꼈다. 그저 건축가로써 제자리에서 제 몫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의 경험담이라도 학생들에게는 소중하지 않았을까.

 

 요즘과는 다르게 강연에 참가한 건축가들의 대부분이 학교와 실무를 병행했었다고 한다. 학교 교육이 본인과 맞지 않았다고 하는 인물도 있었고, 시대가 때문이라는 인물도 있었다. 어떻게 보면 학교에서의 수업 없이 거물급의 건축가가 되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그렇다면 결국에 성공하는 것은 자신에게 걸렸다는 얘기가 아닐까? 물론 그때의 학교교육보다 지금의 교육이 발전했겠지만 자신이 성장하지 못했다며 학교 탓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정식 건축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도 건축을 헤나가고 있는데 말이다.

 

 또한 여행에 대한 얘기도 자주 언급이 되었다. 하지만 학생 때 여행을 다녀야 한다는 말은 여기저기서 숱하게 듣는 말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여행의 필요성을 알고 있고 떠나고 싶어한다. 물론 나도 여행의 필요성을 잘 알고 느끼고 있다. 하지만 아직 여행을 가보지 못했다. 그렇다면 나 같은 학생들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 문제는 책의 끝 무렵 좌담회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여행을 하면서 얻을 수 있는 건 여러가지가 있다. 그 중 하나가 새로운 시각을 얻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하나의 시각을 얻는 것, 이것은 내가 건축 말고 다른 분야에 관심을 가지면 얻을 수 있지 않을까는 생각이들었다.

 

 여행에서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 새로운 사람을 접하듯이 아는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새로운 것을 접하고 시각을 넓히는 것이다. 그것이 여행을 하지 않고도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도쿄대학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한 강연인 만큼 교육이나 학교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언급된다. 학교는 장(場)이라고 말해준다. 사람을 만나는 장. 강연한 건축가들 중 대부분이 학교 교육을 열심히 받지 않았다고 해서 학교가 그들에게 의미가 없는 곳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동료들을 만났을 것이다. 그들이 나와 다른 생각을 가졌다 하더라도 그들과 대화하는 것은 새로운 생각을 하는데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학교에서 지내는 것도 하나의 여행이라고 볼 수 있고 학교라는 곳이 학생들에게 중요한 장이 되는 것이다. 나는 학교에서 그다지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았었다. 이 책을 읽고 돌이켜보니 아쉬움이 남는다. 조금 더 늦게까지 학교에 남아 많은 것을 함께 해봤어야 하지 않을까. 결국 나는 학생시절에 어떠한 여행도 해보지 못한 것이다.

 

 책을 통해 강연을 간접적으로 접한 것뿐이지만 나는 이 강연으로 많은 것을 깨달았다. 성공하기 위한 방법이 아니라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인가를 말이다. 사람이 누군가에게 인정받는 삶을 살아가려면 자신만의 살아가는 방식을 확고히 해야 한다는 것. 이 책의 나오는 모든 건축가들은 그들만의 살아가는 방식이 있었고, 그것이 그들의 기초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먼저 누군가가 나를 인정하고 끌고 밀어주기를 바라기보다는 내가 먼저 나를 인정하고 나의 방식으로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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