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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슬립에 나오는 필립말로은 꽤나 수다쟁이다. 책 한페이지를 가득채운 그의 수다는 읽는 사람조차 머리 아프게 만든다. 듣는 상대방은 얼마나 짜증이 났을까. 그러나 그의 말은 거짓도 아니고 과시하기위한 허풍도 아니다 그저 비꼬기위한 위트다. 상대방이 현실을 직시하게 만들기 위해 그는 수다를 떤다. 그리고 가끔 그는 반어법을 사용하여 자신이 멍청한짓을 저질렀을때 '얼마나 똑똑한지' 라며 스스로에게까지 빈정거린다. 하지만 그 속내에는 '이런 내가 난 좋아' 라고 흐뭇해하고 있을 것 같기도 하다.

호기심 넘치고 자신감있고 무엇보다 훌륭한 추리력의 소유자이지만 그는 이상하게 여자를 싫어한다. 소설의 첫 부분에도 여자가 끼어들면 일이 잘 풀리지 않는 말을 노골적으로 내뱉는다. 그는 초식남이었나?

소설은 전체적으로 부드럽게 흘러간다. 말로가 요리조리 움직일때마다 하나씩 얽히고설킨 관계가 밝혀진다. 요즘 소설과 비교하자면 그리 흥분되는 내용도 아니다. 모자쓴 전직형사 출신 탐정도 그리 신선하지 않다. 그런데 알고보면 이 소설에서 처음 전직형사 출신 탐정이 등장했다고한다. 지금 드라마나 영화에 자주 나오는 전직형사 탐정의 모델이 바로 레이먼드 챈들러의 소설속 주인공이라니 참 기념비적인 소설아닌가.

빅슬립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레이먼드 챈들러 (북하우스, 200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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