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공감되는 이야기 : How I Met Your Mother 5x22

- 이탈리아어로 단테의 신곡을 암송하는 테드의 속마음

How i met your mother 에는 건축가로 나오는 테드라는 인물이 있어요. 친구들 4명과 함께 총 다섯이서 극을 이끌어가지만 테드의 연인을 만나기까지의 이야기를 그리는 드라마기때문에 어떻게보면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죠. 1시즌을 볼때 이 테드의 성격이 너무 찌질해서 열불이 터져 2시즌은 건너뛰고 나머지를 몰아본 후 지금은 미국 방영속도에 맞춰 5시즌을 보고 있는 중이예요. 22화는 Robots Vs. Wrestlers 이라는 타이틀로 바니[테드의 두번째 절친]가 로봇과 레슬러가 레슬링을 하는 이상한 경기 티켓을 구한걸로 시작합니다.

건축이라는 장르를 어떻게보면 비즈니스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것같은데 설계자체만으로는 예술적이고 철학적인 점이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사람이 좀 심오해지는 편이지요. 극중에 테드도 쿨한 뉴요커같지만 어쩔 수 없는 건축가이기때문에 [지금은 건축과 교수이지만] 가끔 진지해질때가 있습니다. 테드가 철학적인 얘기나 은유, 시를 암송하려고 할때면 쿨한 주위 친구들을 '부웅~' 하며 방구소리로 그 입을 막습니다.

건축을 공부하는 저도 아직 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좀 심오한 얘기들을 같은 과 친구들에게도 말하기 어려울때가 있습니다. 너무 진지하게 비춰지진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겠죠. 중요한건 재미 없게 비춰진다는 점일거예요.

그러다가 테드는 어떤 파티에 가게됩니다. 젊은 세대의 눈으로 보자면 재미없고 노땅같아 보이는 사람들만 가득한 그곳에서 그는 흥분하게되죠. 왜냐면 그 노땅들의 대부분이 테드가 동경하는 유명한 예술가거나 교수들이었으니까요. [정확하게 어떤 인물들인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극중에서 그렇게 나왔고 실제인물도 나왔더군요.] 쭈뼛 쭈뼛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3명의 친구들을 두고 테드는 파티에 자연스럽게 어울리기 시작했습니다. 음악얘기도하고 퍼즐얘기도하고 와인시음도하고 말이죠.

레슬링 경기에 가자는 친구들을 떠나보내고 테드는 결국 파티에 남습니다. 그 속에 남아서 단테의 신곡을 이탈리아어로 암송하기 시작하는 그는 기뻐합니다. 자신의 입을 방구소리로 막으려고하는 사람이없기때문이죠. 그러나 점차 말이 길어질 수록 이 분위기에 어색해하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한계에 다다른거겠죠. 속으로만 생각하거나 외면당했던 말들이 호응을 얻음에 즐거웠지만 이 이상은 아닌겁니다.

평범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럴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분야에 깊이 빠져있고 깊이 빠져있는 자신의 모습을 의식해 그렇지 않은척한다는 것을 '일코'라고 합니다. 일반인 코스프레라는 말이죠. 일코해제라는 말도 있는데 자신의 취미를 밝힌다는 의미로 생각됩니다.

일코는 주로 오타쿠같은 성향을 감추는데 통용되는 말이지만 의외로 일코하면서 사회속에서 어울려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을거예요. 그게 미드던 일본애니메이션이던 테드같은 고전문화던 말이죠.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던 테드의 저 속마음이 재미있었어요. 무언가에 깊이 빠져있으면서도 그런 자신의 모습을 평가해본적, 대부분 있으실 것 같아요. '이거 좀 지나친거 아닌가?' 라면서 말이죠.

그래서 그런지 어떤 의미에서 일코해제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존경스럽기도해요. 다른사람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나의  독특한 세계관이나 생각, 취향을 밝히는 것들을 말이죠. 다른사람들에게 따분하고 재미없다고 느껴지는 장르일 수록 더 그렇습니다.

그런면에서 테드는 아직 평범한 사람이겠죠. 스스로 자신을 의식하고 자제하는 저 같은 사람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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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보면서 캡쳐한 몇가지

비행기놀이하는 릴리가 너무 귀여워서요.

그리고 최근 보는 미드중에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  '수' 입니다!
너무 솔직하고 착하고 다정하고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볼 때마다 흐믓한데요. 미들에 나오는 세명의 아이들은 전부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