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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너무 개성이 넘쳐서 다가서기 어려운 소년, 루돌프. 해변에 함정을 만드는 걸 즐기는 루돌프는 자기가 만든 함정에 자기가 자주 빠지곤 한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다른 사람들은 위험하게 유리조각도 넣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신은 그런 짓을 하지 않는다고... 그런데, 루돌프의 형에게 다리에 난 상처는 무엇이냐고 물으니 함정에 빠졌다고 말하며 그 안에 유리조각에 긁혔다고 했다. 참, 아이러니하다. 이렇게 조금은 위험한 장난을 하고 다니며 딱보기에도 예민해보이는 얼굴의 소년.
말수가 적고 무슨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는 루돌프의 친구는 성당의 목사님이다. 목사님과 영화이야기를 하다 그가 영화를 보여줄수 있냐고 묻자 창문을 까만 천으로 봉한뒤 조그만한 영사기에 직접 기름종이에 그린 필름을 넣고 상영을 시작한다. 장르는 공포영화. 각종 효과음과 대사들을 본인이 직접 표현하고 손으로 필름을 돌린다.
대본도 없이 직접 모든 대사를 외우고 있는 것, 콘티도 없이 한컷한컷을 바로 생각해서 그리고 편집하는것, 그리고 중요한 스토리를 생각하는 것. 처음에는 별거 있나싶었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왠만한 열정없이는 하지 못할 일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소년의 표정이 인상깊었다. 그림 속 주인공들이 마치 자신의 머릿속에서 살아 움직있는 듯이 영화속에 빠져있는 얼굴.
그렇게 자신의 세계 속에 빠져있는 루돌프를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소통하는 것을 알려 주고 싶었는지 목사님은 한가지 제안을 한다. 성경 속 삼손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서 교회에서 상영하는 것. 루돌프는 제안을 받아들이고 작업에 들어간다. 우선은 기름종이 자르기. 많은 시행착오 끝에 가장 적당한 필름의 폭을 정했다던가 요즘 테이프는 좋아서 그냥 붙혀도 된다던가. 이것 저것 자신만의 노하우가 쌓여있는 모습이 여느 영화 스태프 못지 않다.
기나긴 작업을 하다가 잠시 어머니를 도와 감자를 깍으러 간 사이 형제들은 루돌프가 작업하던 자리에있던 큰 종이 위에 펜으로 낙서를 한다. 그냥, 물끄러미 지켜보던 루돌프는 갑자기 내 싸인펜 건들지 말라고 성질을 부린다. 그 자리에 다시 자리잡고 않아. 작업을 하는 모습을 보다보니 단편적인 형제들의 그림과는 달리 연속적인 이야기를 만드는 루돌프가 다르게 보인다.
사랑이야기는 싫다는 공포영화 매니아. 그 소년이 과연 앞으로 어떤 자신만의 세계관을 가지게 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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